국내 대형 제조사 앞다퉈 알리 입점
PB상품보다 싼 값에 판매 시간문제
중국기업 갑질 막을 정부대책 시급

지난해 중국 직구액은 전년 1조4858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3조2873억원을 기록해 1조8574억원을 기록한 미국을 크게 앞선 것은 물론 전체 직구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 직구액은 전년 1조4858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3조2873억원을 기록해 1조8574억원을 기록한 미국을 크게 앞선 것은 물론 전체 직구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사의 무차별적인 국내 유통 시장 공습에 국내 유통기업은 물론 중소 제조기업까지 긴장하는 모양새다. 국내 제조사와의 협력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은 물론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다양한 중국산 직구(직접구매) 물품이 쏟아지는 까닭에 국내 소비자들이 눈길을 돌린 까닭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온라인쇼핑동향 및 4/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 및 구매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액은 6조7567억원으로 전년 5조3240억원 대비 26.9% 증가한 것은 물론 통계 작성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022년까지의 경우 국가별 구매액에 있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미국이었지만, 지난해의 경우 중국이 이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지난해 중국 직구액은 전년 1조4858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3조2873억원을 기록해 1조8574억원을 기록한 미국을 크게 앞선 것은 물론 전체 직구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사가 국내 시장에 깊숙이 침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앱 시장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는 818만명으로 3010만명을 기록한 쿠팡에 이어 2위사로 올랐다.

736만명을 기록한 11번가를 82만명 정도 앞선 수치인데 1년 전 355만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또 다른 중국 이커머스인 테무 역시 581만명으로 553만명인 G마켓을 누르고 4위사에 이름을 올리며 11번가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에 국내 유통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을 무기로 국내 제조사들까지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알리는 한국 브랜드관인 K-베뉴를 론칭하고 다양한 국내 제조사와 컨텍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식품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과 손을 잡고 최저가 키워드를 강조한 입점 프로모션을 내걸며 초저가 공세로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사실상 단기 프로모션에 그치겠지만 일명 ‘파격가’나 ‘초특가’ 등의 문구로 유입된 소비자들은 알리에서의 쇼핑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간 국내 유통사와 플랫폼 등이 소비자 유치에 열을 올려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 중으로 동원F&B가 입점을 앞두고 있으며 이밖에 대상, 삼양식품, 풀무원 등 식품기업도 입점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이처럼 국내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알리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 잡기와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알리와 제휴를 맺을 경우 알리바바 기업이 운영하는 여타 해외 플랫폼에도 입점해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보다 손쉽게 진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알리는 현재 입점·판매 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쿠팡이나 네이버쇼핑보다 더 저렴하게 상품을 납품하는 기업에게는 일정 기간 동안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자사몰에서 가장 돋보이는 위치에 상품 광고도 해주겠다는 제안까지 나선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글로벌 판로 개척 기회에 수수료 부담까지 없는 만큼 국내 제조기업으로서는 입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울러 알리는 최근 ‘더신선’, ‘바다내음’ 등 국내 신선식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위플과도 제휴를 맺고 딸기, 오렌지 등의 과일은 물론 정육과 수산물 등을 팔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직배송 될 수밖에 없는 신선식품 카테고리까지 영역을 확장한 만큼 사실상 국내 유통기업과 다를 바가 없는 영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는 같은 품질일 경우 보다 가격이 저렴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므로 국내 시장에서 알리의 경쟁력이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입점이 늘어나면 중국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 탓에 중국 이커머스를 이용하지 않았던 고객들도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경우 대기업인 유통사뿐 아니라 중소기업에게도 타격이 크게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유통사들은 중소기업과 손잡고 품질은 좋지만 가격은 저렴하게 책정한 다양한 PB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형 제조사들의 제품들이 알리의 자본력에 힘입어 PB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면 소비자들은 굳이 중소기업의 PB상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또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저렴한 중국 제품에 대한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 국내 제품 제조사의 경우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6조원에 달하는 해외직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물품이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3조905억원, 45.7%)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곧 국내에서 의류 및 신발, 잡화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타격으로 다가온다. 생활·자동차용품(4192억원, 6.2%) 역시 해외 직구 규모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부랴부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고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각종 거래상 지위 남용과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침투한 중국기업이 향후 일명 ‘갑질’을 시행할 경우에 적극 대비하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인 현재 정부의 기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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