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간 신뢰가 위기 돌파구
기업간 동반성장 노력 바람직
사회는 투명한 기업 적극 응원
오뚜기 윤리경영이 모범 사례

진양희(법무법인 디라이트 ESG지속가능센터 연구소장)
진양희(법무법인 디라이트 ESG지속가능센터 연구소장)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다. 사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기업은 어떠한가? 시장과 고객, 사회 없이 기업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필자는 기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비로소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관계를 잘 맺어야 좋은 평판을 형성할 수 있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꾸준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원청사인 대기업과도 상호협력적으로 거래 관계를 잘 맺어둬야 안정적으로 판로가 유지될 수 있으며, 일하는 조직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좋아야 경영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업무 효율도 좋다.

이러한 기업 내·외부의 사회적인 관계를 하나의 자본으로 인식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은 제3자본, 즉 ‘사회적 자본’이라 불리며 금융 자본이나 인적 자본 못지않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자본은 지속가능성 열쇠

사회적 자본이라는 말은 퍼트넘(Putnam), 후쿠야마(Fukuyama)와 같은 사회학자들이 사회발전의 주요 변수로 간주하던 개념인데 최근에는 경제학, 경영학, 행정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주목받으며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정의는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산을 포괄해 지칭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부의 창출이나 자본과 같은 경제적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5가지 자본 모델’에서도 사회적 자본을 다루고 있는데, 화폐와 같은 금융 자본뿐 아니라 실물 자본,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자연 자본을 각각 경제적인 자산으로 여기고 이들이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재해나 잠재된 인명사고, 오너 리스크와 같이 기업 내외부에서 비롯된 무형의 요소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예측할 수도 없다. 이렇게 기업이 내외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의도하지 않은 비용이나 편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외부효과’라 한다.

ESG로 대변되는 지속가능경영 관점에서는 이러한 긍정적·부정적 외부효과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으며, 5가지 자본이 각기 의미하는 바를 식별해 이것을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는 자산으로 여기고 기업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5가지 자본모델에서 사회적 자본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 인적 자본을 유지하고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와 관련이 있으며 가족, 지역 사회, 기업, 노동조합, 학교 및 자원봉사 단체가 해당하며 주로 관계나 파트너십, 협력 등을 다룬다.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 구조 구축해야

그렇다면, 기업에서 말하는 사회적 자본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첫번째는, 구성원 간의 사회적 자본을 들 수 있다.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간에 공유된 가치와 신뢰, 소통 방식, 문화적 규범은 복잡한 환경에서 사람들이 응집력 있게 일하고 조직이 효과적으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상호 합의되고 공유된 문화적 토대 위에서 사람들은 더욱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조직과 개인의 미션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그 자체로 작은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혁신기업의 성장 속도에 맞춰 자율 경영을 도입했으나 내부통제 시스템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카카오의 사례는 경영진과 직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가치,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기업에게 어떠한 위기로 닥쳐오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두번째는, 기업과 기업 간의 사회적 자본이다. 지금 글로벌 시장은 거대한 공급망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신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 구조에서 상호보완적 역할을 통해 발전해 나간다.

많은 기업에서 상생협력, 동반 성장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기업 간의 사회적 자본을 탄탄히 하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법에서도 불공정하고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거래법, 하도급법을 통해서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 잘 형성되면 기업 간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고 네트워크 기능을 통해 시장의 조정기능과 경쟁 기능을 촉진할 수도 있다.

셋째는, 기업과 사회 간의 사회적 자본이다. 기업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경제단위로서 건강한 일자리를 만들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윤이 많이 발생하는 경우 사회에 다시 환원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건강하고 투명하게 책임 있는 경영을 하는 기업은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는 긍정적인 평판과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1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기한에 맞춰 모두 납부하면서 윤리경영을 몸소 실천한 오뚜기의 사례에서 우리는 기업과 사회의 선순환적인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ESG는 어려운 게 아니다. 사회가 아무리 개인화, 파편화된다고 하더라도 혼자 떨어져 살 수 없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내외부의 다양한 주체들과의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작용하며 유기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기업이 사회적 자본을 관리하는 것이며 바로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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