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과잉에 M&A 가격 오르고 미중 마찰 등으로 실적 악화

[중소기업뉴스=이준상 기자] 기업 인수·합병(M&A)에 따른 손실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 세계의 M&A 관련 손실은 1550억 달러(약 182조 원)로 전년 대비 66% 증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자매 금융정보 서비스 퀵(QUICK) 팩트세트 데이터베이스로 금융업을 제외한 세계 3만6600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해 19일 보도했다. 

세계적으로 돈이 남아 돌아 M&A 가격이 치솟은데다 미중 무역마찰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둔화하면서 인수한 기업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M&A 대상 기업의 높은 가격제시로 손실의 주 요인이 되는 브랜드료 등 무형자산은 누적 7조 달러 이상에 달해 손실이 더 커질 우려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브랜드료는 인수대금에서 상대기업의 순자산 가치를 초과하는 부분이다. 인수기업의 자산이 되지만 해당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 자산가치를 떨어뜨려 손실로 계상된다. 회계상의 손실이기 때문에 현금이 빠져나가지는 않지만 자기자본이 줄어들어 신용등급 저하나 자금조달 비용 상승을 초래, 기업의 설비투자를 저해하는 등의 나쁜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료 등 무형자산 손실이 가장 큰 기업은 미국 GE사로 220억 달러의 감손을 기록했다. 과거 인수한 프랑스 에너지 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져 작년 말 결산에서 230억 달러의 최종 적자를 냈다.

의약품 업계의 감손도 두드러졌다. 아일랜드의 유력 제약회사인 앨러간, 스위스 로슈 홀딩, 독일 바이엘 등도 20억 달러 정도의 감손을 계상했다. 의약품업계에서는 덩치 큰 M&A가 많이 이뤄지는데 신약 개발 등에서 기대가 빗나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산업기계 메이커와 반도체 장비, 게임 소프트 업체 등의 중소 규모 감손이 많았다. 지난해에 170여개에 달한 1억~10억 달러 감손계상 기업의 40%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2008년에는 브랜드료 감손이 2300억 달러에 달했다.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가라 앉는 바람에 기업의 순이익이 40% 정도나 감소할 정도로 경영실적이 악화했다. 현재는 세계 경제둔화가 우려되고 있지만 상황이 당시만큼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도 감손이 급격히 늘어난 건 실제보다 비싼 M&A가 증가한 것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세계 전체의 M&A는 약 3조8000억 달러에 달했다. 인수대금은 인수기업 이익(EBITDA. 이자·세금·감가상각전 이익)의 14.7배나 됐다. 해당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인수대금을 회수하는데 약 1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M&A 과열로 지적된 2007년의 14.1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금융시장이 불안해 지거나 기업의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하면 M&A 관련 손실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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