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보고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이호승 경제수석. 뒷줄 오른쪽부터 김상조 정책실장,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정부가 대형 공기업부터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다른 공기업과 민간 영역까지 확대함으로써 공정경제 문화를 확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모범 거래모델’을 직접 만들어 공공기관들에 적용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부처는 지난 9일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공정문화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부산항만공사, 공영홈쇼핑 등 7개 대형 공기업부터 모범 거래모델을 확립하게 하고 이를 통해 지방공기업을 포함한 790개 공공기관으로 공정경제 문화가 확산하도록 했다. 

법률과 제재만으로 공정경제가 완성될 수 없기에 대형 공기업부터 모범 거래모델을 확립하게 하고, 다른 공기업과 민간기업까지 점진적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경제는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중단해서는 안된다”며 “오히려 더 꼼꼼이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공공기관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모범 거래모델’을 발표했다. 정부가 공개한 모범 거래모델은 국민과 협력업체, 민간기업에 대한 공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신상필벌 원칙으로 공정거래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저가계약 유발하는 관행 차단

모범 거래모델에 따르면 공기업이 자사와 거래하는 협력업체에 충분한 대가를 주지 않거나 각종 위험 부담 등을 떠넘기는 행태를 못하도록 했다.

우선 사업계획 및 입찰단계부터 저가계약을 유발하는 관행을 차단, 공기업이 계약금액의 기초가 되는 원가를 산정할 때 거래빈도, 조건, 품목별 특성 등을 고려해 시장에서 조사된 여러 가격 중 적정가격을 적용토록 했다.

예를 들면 최저가격이 아닌 평균가격 등을 적용해 계산하도록 한다. 실제로 이번 약관 개정에 시범적으로 참여하는 수자원공사는 계약금액의 원가 산정을 할 때 최저가격보다는 평균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공기업이 입찰 참가업체의 적격성을 심사할 때 적용하는 내부 기준에서 품질이나 기술력 등에 대한 배점은 최대한 높이고 가격에 관한 배점은 축소하도록 했다. 현재 종합심사낙찰제가 적용되는 토목공사의 경우 공사수행능력과 입찰금액의 배점이 각각 40점과 60점이라면 이 배점을 각 50점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공정위는 제시했다. 이는 단지 낮은 가격으로 투찰하는 업체보다는 품질과 기술력에 강점이 있는 업체가 낙찰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계약체결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거래조건들은 계약내용에 포함되지 않도록 했다. 설계변경이나 공사기간 연장 등으로 추가 발생한 비용을 협력업체에 모두 떠넘기거나 공기업이 협력업체에 제공하기로 한 물품의 인도가 지연됐을 때 추가로 든 비용을 협력업체에 넘기는 등의 거래조건도 계약서에서 퇴출당한다. 

공기업이 해야 할 행정절차나 민원 해결 등 업무를 협력업체에 넘기거나 천재지변 등 예측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한 책임을 부담시키는 약정도 허용되지 않는다. 사업 수행기간을 정할 때는 준비기간과 사후 정리기간, 휴일 등을 충분히 보장해 주도록 했다.

공기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예정에 없던 과업 수행을 요구하는 경우 협력업체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한다. 

또 공기업의 요구에 따르는 과정에서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비용보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공기업은 요청받은 지 10일 내에 협력업체와 협의를 시작해야 하고, 신청일부터 25일 내에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국가계약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등을 거쳐야 한다.

공정위는 산업재해 발생 우려가 큰 작업의 경우 공기업이 가급적 협력업체에 외주를 주지 않고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계약조건이나 계약금액 때문에 협력업체가 안전 법규를 준수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조건과 금액의 변경을 요청하거나 추가비용의 보전을 청구할 수 있다.

 

공기업에 불공정행위 차단책임 부여

모범 거래모델은 공기업이 공공사업의 관리자이자 공정경제 실현의 선도자로서 민간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하는 책임을 부여한다.

공기업은 개별 협력업체에 일감을 맡기기보다는 가급적 협력업체 모두에 공동으로 일감을 주는 ‘공동도급’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 이를 위해 공기업은 공동도급 적용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자체 업무지침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기업이 협력업체들에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게 하고, 협력업체가 하도급법 등을 위반해 제재를 받으면 추후 협력업체 선정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공기업이 하도급 대금이나 임금이 체불되지 않도록 하도급업체와 노동자에게 대금을 직접 지불하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입찰 담합을 막기 위해 공기업 입찰 참가업체와 입찰가격 등 정보를 공정위 ‘입찰 담합 징후 분석시스템’에 실시간 연동시키는 방안도 있다. 공기업이 담합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과 배상액 등을 입찰 서약서나 계약서 등에 명시하고, 담합이 적발된 업체에는 그 배상을 요구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정거래 위한 신상필벌 시스템 확립

공기업 스스로 공정거래 원칙을 지키도록 신상필벌 시스템을 확립하도록 했다. 공정거래 원칙 준수 여부가 각 부서나 임직원의 성과 평가에 반영되고 그에 따라 상과 벌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성과평가 기준에 모범 거래모델 준수 항목을 별도로 신설하거나, 그와 관련된 우수 부서·임직원 평가에 가점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공정거래법이나 약관법 등 공정거래 관련 법령 위반 행위에 연루된 부서나 임직원은 성과등급 강등, 인사평가 감점 등 페널티를 부여한다.

이와 함께 공기업 구성원의 공정거래 원칙 준수를 점검하는 자율준수 관리부서를 지정하고 6개월마다 감독 실적을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토록 한다. 공기업이 협력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거래를 자율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자체 감사부서에 ‘하도급 옴부즈만’을 두게 하는 내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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