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인(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지난 4월 정부는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이 지난 100년간의 정치 경제적 어려움을 딛고, 오늘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을 넘는 ‘30-50클럽’의 7번째 나라로 성장했다는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글로벌 대국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 경제발전의 동력을 혁신성장에서 얻겠다는 다짐은 중소벤처업계의 구성원인 필자에게 특히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그간 정부가 제2벤처붐 조성안을 발표하는 등 창업과 벤처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또 한 번 굳힌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대기업의 수출 중심 구조로부터 독립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더 이상 납품업체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경쟁사 혹은 비즈니스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우수 인재가 창업에 뛰어 들고 벤처가 단가 경쟁이 아닌 R&D 혁신에 투자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벤처 친화적 생태계를 언급할 때 빼놓지 않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등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에 멈추지 않고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등 더욱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는 창업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환경 뒤편에는 기업의 지원군인 벤처캐피탈이 포진해 있다. 벤처캐피탈은 스타트업의 초기자금 뿐 아니라, 규모확대, M&A 메가딜 등 성장 전 과정에 필요한 금융으로 기능한다. 지난해 기준 미국 전체 벤처투자금액인 1300억불(약 150조원) 중 실리콘밸리 지역의 비중이 520억불(약 60조원), 즉 40%에 달한다. 이처럼 막강한 혁신금융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융복합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유니콘 기업들이 미국과 나아가 세계경제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위한 정책을 펼쳐나가는데 있어 혁신금융으로서 벤처캐피탈의 역할과 기능이 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현재 대기업 위주의 침체된 경제 저성장 국면을 독립하려면, 시장 선두에서 높은 위험을 무릅쓰고 미래가치에 투자할 줄 아는 벤처캐피탈과 같은 ‘독립투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벤처투자 관련 규제가 점차 완화되고 있고 투자 촉진을 위한 스케일업펀드와 세컨더리펀드도 늘어나는 중이다. 그러나 연약한 지반 위의 건축물에는 보수와 증축을 계속해 나갈 수 없듯이, 벤처캐피탈이 독립적인 금융산업으로서 단단한 법적 기반을 먼저 다지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후 제1호 제정법안인 벤처투자촉진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업계의 현안사업인데다 이미 여야간에 이견이 없다고 하나, 장기화되는 국회 대치 국면 탓에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가 모처럼 살아난 벤처 불씨를 살려 제2벤처붐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한 이후, 중소벤처업계 발전에 근간이 되는 법부터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벤처캐피탈산업의 독립성이 확보된다면 다양한 민간 주체가 벤처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진정한 의미의 시장 중심의 벤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벤처투자를 통해 유망한 스타트업이 국가 경제를 견인해갈 유니콘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올해는 시장 중심의 자율적인 벤처투자 인프라 조성기관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하기에 여러모로 필자에게 기념비적인 해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지난 100년간의 발전사 한 가운데서 수출주도 경제의 급성장을 지켜봤고, 그로 인해 발생한 어려움도 마주하고 있다. 

요컨대 벤처캐피탈의 독립과 선진화를 위한 법안 통과를 필두로, 2019년이 지금의 청년세대가 미래 혁신적인 100년을 만들어갈 원년이 되길 바란다. 힘있는 벤처기업이 존경받는 곳, 바로 실리콘밸리가 아닌 한국이 될 수 있다. 

 

- 정성인(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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