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택(대진실업(주) 대표이사)

국제 자선단체인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은 지난해 우리나라 세계기부지수가 146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60위라고 밝혔다. 1년 동안 낯선 사람을 도와준 비율, 자선단체에 기부한 경험 비율, 자원봉사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산출한 점수가 케냐, 미얀마, 나이지리아보다 낮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GDP 순으로 8번째라는 국가 위상을 고려할 때 나눔 실천이 미흡한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여준 것이다.

나눔 확산은 사회적 가치를 크게 한다. 문화예술 및 체육, 교육·학교·학술 등 다방면에 걸쳐 펼쳐지는 나눔의 손길은 따뜻한 사회, 아름다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려는 어려운 이웃의 소망을 이루는 기회를 공유한다. 여성 가장, 교통 약자, 에너지 빈곤층, 농촌지역 무료 의료 진료 등 세분화한 맞춤형 지원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최근에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는 가운데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안정을 돕는 정서복지사업이 활성화되고 있어 나눔의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이 많다. 이제 개인 기부 활동에 관심을 가질 때다. 우리나라 전체 기부금 중 개인 기부금 비중이 60%가량이어서 선진국의 70~80%를 밑돈다. 기업가 개인의 기부 참여율이 낮기 때문이다. 선의의 목적으로 자신의 돈이나 재산을 대가 없이 내놓는 착한 기부자들이 많이 나와 따뜻한 사회를 만들 때다.

해외는 기업가 개인의 기부가 일상화돼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등이 매년 많은 재산을 기부해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부자들에게도 기부 동참을 권유하고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이윤 추구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봉사에 두는 기부정신이 남다르다.

우리나라가 개인 기부를 아름다운 문화로 정착시키고 활성화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력이 있다. 먼저 ‘나눔 습관’을 일상화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손길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이들을 돕고 격려하는 도덕 재무장이 필요하다. 아름답고 자발적인 기부는 문화의 문제다. 기부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주고 기부자가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알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부는 금액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나눔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교육을 권장하고 직장인의 월급 기부 캠페인, 자영업자들의 착한 가게 운영 등을 홍보하고 있다. 생애 주기별 실천 프로그램을 일상생활과 연계해 나눔으로 보람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동기를 줘야 한다.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스스로 봉사와 기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다음으로 기부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기부문화 활성화는 공고한 제도적 기반 마련부터 시작돼야 한다. 소득세법에서 기부금 공제 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기부 심리 위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부 선진국처럼 기부자에게 세제 지원을 확대해 국가가 기부자를 우대하는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한편,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어 개인이 기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부금을 개인 경비로 쓰다가 적발되거나, 기부 제도가 사기범죄에 악용되는 등의 보도를 심심찮게 접하면서 기부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났다는 얘기다. 기부받는 단체가 투명성을 생명으로 해 내 돈이 가치 있게 쓰인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자발적인 모금을 늘릴 수 있다.

기부가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을 더 많이 더 넓게 펼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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