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JM솔루션‘꿀광 마스크팩’으로 만리장성 석권

‘왕홍공략·가성비·현지화’가 초대박 비결

국내보다 중국시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뷰티기업이 있다. 바로 ‘지피 클럽(GP Club)이라는 곳이다. 2016년 화장품 브랜드 JM솔루션을 중국에 론칭했는데, 이 회사에서 출시한 마스크팩이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면서 정말 큰 이슈가 됐었다. 지난해 JM솔루션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마스크팩 수출액이 월 1000억원을 넘었다고 하니, 그 인기와 성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피 클럽의 매출액은 2018년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를 했다. 2016년 483억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 88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더니, 지난해 5195억원으로 비상을 했다. 매출이 3년 만에 약 11배나 증가를 한 것이다. 지피 클럽이 한국을 대표하는 ‘K-뷰티’로 주목을 받으면서 골드만 삭스가 지난해 10월 750억원을 투자해 지피 클럽의 지분 5%를 사들였다고 하니, 이를 고려하면 이 회사의 전체 기업가치는 대략 1조5000억원 정도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피 클럽이 아직 주식상장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적인 투자회사로부터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마스크팩을 주 무기로 하는 한국의 뷰티기업의 가치가 1조5000억원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향후 지피 클럽의 성장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유통회사서 제조사로 탈바꿈

어찌됐든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성장하고 있는 뷰티 기업으로 지피 클럽이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뷰티 제품을 자주 소비하는 여성층에서는 JM솔루션이라는 브랜드를 접해 봤을 것이고, 공항 면세점에서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피 클럽이라는 기업명은 생소하고 이 회사가 JM솔루션이라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말도 처음 듣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단 지피 클럽에서 GP는 Game Paradise의 약자다. 화장품 회사의 이름에 게임이 들어간 것이 의아할 수도 있는 부분이겠지만, 이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회사라는 걸 말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스크팩 판매로 3년 만에 회사 가치를 1조5000억원 가까이 불려낸 사람은 김정웅 지피 클럽 대표다. 김정웅 대표는 2003년부터 중국에서 게임 상품의 도매 및 소매 유통회사로 시작을 해왔다. 

중국은 한국시장과 기업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게 자명한 사실이다. 워낙 중국 시장이 광활하기 때문에 한국의 소비시장은 중국에서 볼 때 자신들의 작은 지자체에 불구하다. 또 웬만한 글로벌 경쟁 산업에서 중국의 기업들이 선두그룹에 속해 있기에 아쉬운 제품 공급의 필요성도 없다. 그러나 한국에 관심 있는 몇 가지가 있다. 바로 K팝, K푸드, K뷰티 등이다.

김정웅 대표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유통사업을 하면서 인맥을 쌓아왔는데, 그안에서 앞으로 중국에서의 핵심은 K뷰티라는 걸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의 화장품을 중국에 유통하기 시작한 것인데, 당시 국내 유명 코스메틱 브랜드인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메디힐 등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김 대표가 유통에 올인을 하다 보니 중국 유통시장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고, 이어 자신이 직접 공급업체가 되어도 사업성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K뷰티 시장의 유통회사에서 제조 및 브랜드 회사가 되려고 했던 것이다.

지피 클럽은 제조에 뛰어든 지 3년만에 아기용, 임산부용, 라이프 스타일 제품 등 다양한 브랜드로 제품 라인을 확대하는 종합 뷰티 기업이 됐다. 

그런데, 유통회사가 하루 아침에 화장품 제조회사로 변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에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제조회사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약간의 자본금과 상품 계획서만 있어도 당장 2~3달 안에 자기만의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는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그만큼 레드오션 시장이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면 김정웅 대표는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시장에 뛰어들어 어떻게 성공을 한 걸까?

 

하루 850만장 ‘대륙여심’저격

김 대표가 레드오션 시장인 K뷰티 산업에서 뛰어들었을 당시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렸던 것은 아니다. 화장품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힘든 과정을 여러 해 겪었다. 초창기에 출시한 기초 화장품에 대해 중국 소비자 반응은 너무 저조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중국에서 잘 팔릴 게 무엇인지 김정웅 대표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마스크팩을 만들어보자고 한 것이다. 

왜 하필 마스크팩이었을까? 중국에서 뷰티 상품 중에 대박이 한번 터지면 정말 초대박 성공을 하는 것이 바로 마스크팩이라고 한다. 중국의 13억 인구 중에 주 소비층만 매일 얼굴에 마스크팩을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그 시장은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요즘 중국에서는 미세먼지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매일 마스크팩을 2번 사용하는 사람도 엄청나게 늘고 있다고 한다. 

마스크팩의 경쟁력은 재질과 디자인 그리고 마지막이 성분이다. 김정웅 대표는 여기서 성분에 있어 차별성으로 꿀을 이용해 보습을 높여보자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 대표가 꿀을 주성분으로 하는 수백 가지 마스크팩을 전수 조사를 해보니, 소비자들의 불만이 ‘너무 끈적거린다’ ‘향이 강하다’ ‘에센스 양이 적다’ 등이었다. 김 대표는 여기서 착안해 이를 보완한 JM솔루션의 마스크팩 일명 ‘꿀광 마스크’를 2017년 5월 출시하게 된다. 이게 중국에서 정말 초대박이 나면서 단숨에 뷰티업계 3위권이 됐다. 중국시장을 석권한 것이다.

JM솔루션의 마스크팩의 인기는 공항 면세점이나 시내 면세점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가 있는데, 중국 관광객이 몰리면서 여러 차례 품절 사태를 겪는 모습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여기서 이 제품의 판매량만 확인해도 2018년에 약 3억 900만장이 팔렸고, 하루 850만장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중국 마스크팩 시장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공략했기 때문에 이러한 초대박이 나지 않았나 싶다.

 

중국 티몰과 손잡고 ‘사드 위기’탈출

한국의 작은 유통회사였던 지피 클럽이 중국이라는 13억 시장을 상대로 이전에 하지 않았던 뷰티 제품을 제조 판매했다는 것은 결국 중국 유통시장을 꿰뚫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그동안 중국시장이 기회의 시장이라고 회자가 됐지만 막상 한국 중소기업이 중국에 가서 돈을 벌었다는 성공사례는 거의 없었다. 

더욱이 지피 클럽이 마스크팩을 앞세워 중국시장을 본격 공략한 시기가 공교롭게도 2016년 사드 후폭풍이 거세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때 이 문제의 여파로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의 뷰티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발을 빼거나 시장의 비중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뷰티기업인 아모레퍼시픽도 사드 후폭풍으로 한때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으니, 정말 그 충격이 어마어마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 충격의 여파를 지피 클럽이 이겨낸 것일까? 중국 정부는 사드 문제를 빌미로 한국의 기업을 배척한 것이 공공연한 사실인데, 중국의 소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상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김정웅 대표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TMALL.COM)과 전략적 협약을 맺고 탄탄한 유통파워를 갖췄다. 중국의 제대로 된 유통망에 마스크팩을 태워 올렸기에 사드 후폭풍을 피할 수 있었다.

이것은 중국의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것을 포착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특히나 김정웅 대표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움직이는 SNS 인플루언서 ‘왕홍’을 집중 공략하는데 이들 왕홍들로부터 JM솔루션 제품의 제품력을 인정 받았던 것도 성공 포인트 중에 하나다. 결과적으로 2018년이 대박의 원년이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티몰에서 9개월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중국 소비자들이 반한 비결은 온라인 홍보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회사의 제품에 대한 가성비가 워낙 뛰어났다고 한다. 한 장당 가격이 2000원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에센스가 무려 45g이라고 한다. 이건 다른 경쟁사 대비 거의 2배 이상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아낌없는 에센스량에 일단 반했다. 이어 중국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 중에 뷰티 제품을 사용하면서 얼굴에 광을 올려주는 걸 선호하는데, 앞서 설명했듯이 ‘꿀광’ 제품에 이어 ‘윤광, 청광, 물광’이라는 시리즈로 이러한 욕구를 채워준 것이다. 철저한 현지화를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어려운 중국시장에서 간만에 성공모델이 나와줬다는 점에서, 그것도 중소기업이 유통전문에서 제조회사로 변신을 하면서 이뤄냈다는 점에서 지피 클럽의 성과는 앞으로도 아주 중요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중국시장은 앞으로도 우리 기업에게 반드시 필수 진출 코스가 될 것이다. 지피 클럽의 지난 3년을 복기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성공 전략을 구상하는 필수 참고사항이 될 것이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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