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택(대진실업(주) 대표이사) 

장수기업은 산전수전 겪으면서 오래 살아남은 기업이다. 

일본은 창업한 지 1000년이 넘는 기업이 7개나 된다. 오래된 유서 깊은 업체를 시니세(老鋪)라 부르며 존중한다.

유럽은 업력 200년 이상 된 기업이 만든 협회를 에노키안(The Henokiens Association of Family and Bicentenary Companies)이라 한다. 프랑스는 레제노키앙(Les Henokiens)으로 부른다. 

협회 명칭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죽지 않는 인물인 ‘에녹’에서 유래한다. 에노키안은 ‘에녹 마을에 사는 사람들’ 혹은 ‘에녹과 같은 사람들’이란 뜻이다.

에노키안협회는 200년 이상 된 가족기업만 가입할 수 있으며, 가족이 회사 오너 혹은 대주주여야 하고 건전경영을 유지해야 한다. 회원사는 2018년 현재 48개이다. 유럽에 본부가 있다. 프랑스(14개), 이탈리아(12개), 일본(9개), 독일(4개), 스위스(3개) 등이다. 업종별로는 와인이나 사케(일본 술), 위스키, 차, 양갱, 사탕 등 음식료 기업이 11곳으로 가장 많다.

에노키안협회와 회원사들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영자는 이윤을 어떻게 후손에게 넘겨줄까 고민하기보다 회사 품질에 대한 존중, 직원에 대한 존중, 어떻게 회사를 존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인간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원활한 기업가정신 승계에 애쓰고 있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속담이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와 유사한 의미의 속담이 많다고 한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오너들이 갑질 등 구설수에 올라 기업경영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가 떠오른다.

가족기업을 연구하는 존 워드(John Ward)는 기업이 3대를 넘어 생존하는 비율이 불과 4% 정도밖에 안 된다고 주장한다. 

‘세계 장수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의 저자인 월리엄 오하라(William T. O’Hara)도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았을 때 기업이 4세대까지 이어질 확률은 3%에 불과하다고 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7년 중소기업현황’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업력이 약 40년 이상 장수기업은 4만1275개로 전체 기업의 1.15% 수준에 불과하다. 업력 60년 이상 기업은 2056개(0.06%), 업력 70년 이상 기업은 654개(0.02%)로 제조업이 각각 266개, 100개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도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기간 건실한 기업운영(업력 45년 이상)으로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고, 세대를 이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중소기업을 명문장수기업으로 확인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명문장수기업의 공통적 특징은 원활한 가업승계로 지속성장의 터전을 닦았으며, 사회공헌, 노사상생 등 사회적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시대흐름에 발맞춰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인재육성과 청년고용 확대에 힘써 지역사회의 좋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등 국가경제 발전 기여도가 크다.

일본에서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지속성장한 장수기업을 많이 볼 수 있다. 일본은 외침이 적고, 장인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등 기업의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았음도 사실이다. 

내외의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랫동안 사업을 영위해온 장수기업의 원천은 고객, 거래처, 종업원, 사회 등 안팎의 이해관계자들과 2, 3대 이상의 굳건한 장기적 신뢰관계를 형성한다.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오랫동안 성장시키는 아름다운 기업에 누구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지닌다. 우리나라도 외국 못지않게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는 명문장수기업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서영택(대진실업(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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