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인수 전망 속 ‘은둔 경영인’행보 주목
신사업 도전, ‘한국판 디즈니’꿈 잇나

새해 벽두부터 우리 경영계를 강타한 대형 이슈는 김정주 대표의 넥슨 지분 전량 매각 소식이다. 김정주 대표는 넥슨을 보유한 지주회사 NXC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데, 넥슨을 포함해 NXC 지분을 전량 팔겠다는 매각설이 증권가에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난 4일 넥슨 측은 첫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회사는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며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고 지금껏 약속 드린 사항들도 성실히 지켜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김정주 대표의 보유지분 매각설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 국내 게임업계 1위인 넥슨의 향방을 두고 여전히 수많은 분석과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 지형도 흔들
일단 김정주 대표와 그의 부인 유정현 NXC 감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98.64%의 시장 가치는 천문학적이다. 무려 1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아무리 돈이 많은 개인이나 기업이라도 살 수가 없는 대형 물량이 된다.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는 거래액 기준으로 80억 달러, 우리돈 9조2000억원으로 삼성전자가 독일 하만을 인수할 때 기록한 것이다.

결국에는 NXC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 해외자본 외에는 인수할만한 곳이 거의 없게 되는데, 업계에서는 중국의 텐센트 등 중국 쪽 관련 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언론이 거론하고 있는 문제점은 여기서부터 출발을 한다. 한국의 1등 게임사의 지분을 팔 경우 중국기업이 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넥슨의 구조조정과 국내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게임 종주국이 다름아닌 한국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넥슨과 같은 PC 온라인게임 최강 기업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동안 한국의 게임산업 규제가 다른 나라 대비 너무 강했고, 끝내 이를 참지 못한 기업인이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는 거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간 정부는 심야시간 청소년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규제인 ‘셧다운제’를 확대하고, 모바일게임 결제한도 제한하고, 게임중독의 질병화 안건 등을 만드는 등 강력한 규제를 만들어 오긴 했다.

결국 이러한 갑론을박이 대중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상황에서 현재 넥슨과 김정주 대표는 별다른 후속 대응이 없다. 김정주 대표는 왜 넥슨 지분을 매각하려는 걸까?

영업이익 1조 육박한 글로벌 기업
지난 1994년에 창업한 넥슨을 25년 동안 키운 김 대표는 명실공인 게임산업의 기틀을 다진 1세대 경영자다. 한국에서 게임산업은 김정주 대표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 이전에는 거의 게임의 불모지였다. 그러다 1994년 넥슨을 창업하고 1996년 그래픽을 바탕으로 한 PC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내놓으면서 정말 바람처럼 한국의 PC 온라인게임 시장에 선풍적인 인기를 불어넣었다.

바람의 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서비스 되고 있는 그래픽 바탕의 PC온라인게임일 정도로 온라인게임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김정주 대표는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전 세계를 상대로 공전의 히트작을 쏟아내며 넥슨의 기업가치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지난 2011년 일본 증시에 NXC를 상장한 것이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2조4000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을 9125억원이나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게임회사가 영업이익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건 실로 괄목할 만한 성적표가 아닐까 싶다. 김정주 대표는 글로벌 게임회사로 키우기 위해 다른 여러 게임개발회사들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천부적인 경영능력도 보여줬다.

2008년 네오플 인수, 2010년 게임하이와 엔도어즈 인수, 2012년에는 엔씨소프트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다시 매각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넷게임즈를 인수하기도 했다.

김정주 대표는 넥슨을 “한국의 디즈니로 키우고 싶다”고 창업 초기부터 이야기해 왔다. 1994년 26세의 나이로 동료들과 손잡고 넥슨을 창업한 그가 25년간 게임왕국 조성에만 힘을 써온 것도 아니다. 최근 넥슨은 게임 본업 이외에 다른 비즈니스에 눈독을 자주 들이고 실제로 뛰어들기도 했다.

예를 들어서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인 코빗과 비트스탬프, 레고 거래사이트 ‘브릭링크’, 유모차(스토케), 애완동물 사료(아그라스델릭) 등 근래 NXC가 투자한 회사 리스트를 살펴 보면 게임 사업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다.

그러고 보면 김 대표는 일찌감치 넥슨 일본과 한국법인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주요 의사결정만 돕는 등 창업자로서 오너십을 발휘하기보다는 알아서 조직 시스템의 힘으로 돌아가는 회사를 바랐다. 그러면서 게임 본업보다 자꾸 자신이 하고 싶은 다른 사업에 눈독을 들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번에 지분 전량 매각 이후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김 대표의 뉘앙스는 그가 게임업계에 국한된 사업이 아닌 전혀 다른 신규 사업체를 창업하겠다는 예고로도 해석된다.

‘진경준 게이트’ 이후 매각 정한듯
어찌됐든 김정주 대표가 지분 매각설에 휘말리게 된 결정적 장면이 있다. 지난 2016년 터진 ‘진경준 게이트’다. 김 대표는 학창시절 친구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조사와 재판을 받았고, 포토라인에도 서야 했는데 원래 김정주 대표는 ‘은둔의 경영인’으로 불릴 만큼 내향적인 성격이라서 아마 스타일상 큰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거란 분석이 많다.

김 대표는 2005년 친구인 진 전 검사장에게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할 대금 4억2500만원을 비롯해 넥슨 법인의 리스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혐의로 2016년 기소됐고 2018년 5월이 되어서야 서울고법으로부터 무죄를 받았다. 2년간 검찰조사와 재판을 겪으면서 그가 몇몇 지인들에게 “지쳤고, 쉬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그는 이때 넥슨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올해 들어 김정주 대표의 지분 매각설이 불거진 것은 흐름상 상관관계가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중국의 텐센트가 인수합병 물망에 오를까? 텐센트는 중국 최대 인터넷 전문업체이자 메신저 서비스 ‘큐큐(QQ)’와 ‘위챗’ 그리고 게임 퍼블리싱을 하는 곳이다. 넥슨의 개발 자회사 네오플이 지난 2005년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를 텐센트가 2008년 중국에 독점 서비스 했고 몇차례 서비스 연장을 거쳐 최근 10년 연장계약이 다시 성사됐다. 텐센트가 넥슨에 지불하는 연간 로열티 수익만 1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는 넥슨의 매출 가운데 40% 가까이가 텐센트 로열티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텐센트는 최근에 게임 시장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을 석권한 뒤로 2016년 ‘클래시 오브 클랜’‘클래시 로얄’ 등 글로벌 흥행 게임을 만든 슈퍼셀을 77억달러에 인수했다. 일부 해외 매체에서는 이미 텐센트가 비밀유지각서인 NDA를 쓰고 NXC의 주요 정보가 담긴 투자설명서를 받았고, 예비 입찰이 2월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어찌됐든, 혹여 넥슨의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김정주 대표의 비즈니스가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은둔의 경영인이긴해도 그는 남다른 투자감각으로 큰 돈을 벌었고 또 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 기술 사업에도 관심이 높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바이오와 뇌공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든지 새로운 신사업 도전이 가능한 경영자다.

또 다른 길로는 김 대표가 약속했던 사회환원 활동이다. 그는 어린이재활병원 설립과 벤처 지원 등을 위해서 1000억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앞으로 김정주 대표의 행보는 전 세계 게임산업의 지형도를 바꾸는 빅 이슈가 될 것이다. 그만큼 그의 결정이 주는 무게감은 어느 CEO보다 크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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