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삼성의 부동산 매각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 4180억원에 매각, 현대캐피탈 여의도 사옥 1775억원 매각, 삼성그룹 서초 사옥 7484억원 매각. 올해 국내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오피스 빌딩을 매각한 주요 현황입니다.

그중 단연 압권은 삼성타운의 상징이자, 삼성의 서초시대를 열었던 강남 서초 사옥의 매각입니다. 국내 오피스 빌딩 거래 사상 단위 면적당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주요 사옥과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미래투자 자원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그들만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들의 사옥 매각에 숨은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사실 요즘 부동산 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며 급상승 중입니다. 그런 와중에 몇몇 대기업들 사이에서 사옥 매각이라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만 매각한 서울 대형 오피스 빌딩이 무려 1조1319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부영그룹 같은 경우는 임대주택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했는데요. 2015~2017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서 부동산 매입에 올인했던 기업입니다. 2016년에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건물을 5717억원에, 이어서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까지 4380억원에 매입했었던게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례입니다. 그러다 지난 5월 수익성 저조로 1년 만에 삼성화재 사옥을 다시 파는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다른 기업들이야, 부동산 자산에 대한 정리를 여러 가지 경영상의 이유로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인 삼성그룹이 서초 사옥을 매각한다는 건 특이한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서초 사옥은 삼성물산에 의해 2007년 12월에 준공했습니다. 지하 7층, 지상 32층으로 지하철 강남역과 연결된 국내 대표급 오피스로 꼽힙니다. 삼성의 주요 계열사를 집합시키기 위해 야심차게 서초 시대를 열었던 거죠.

그러다가 2016년 경영효율화 작업으로 삼성전자가 경기도 수원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이 판교로, 상사부문은 잠실로 이전하면서 ‘삼성타운’이라 불리던 서초 사옥의 상징성이 퇴색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물산 측에서는 미래 투자재원을 확보 위해 매각했다고 밝혔는데요.

삼성물산은 올해 초 가산물류센터도 23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다른 주요 계열사인 삼성생명, 삼성메디슨도 올해만 70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매각했습니다. 삼성그룹이 올해 매각한 부동산으로 마련한 자금만 1조6000억원이 넘습니다.

삼성이 미래 투자재원을 위해 부동산을 매각해서 마련한다는 말은 약간 의아하긴 합니다. 삼성그룹 상반기 영업이익만 30조원이 넘기 때문이죠. 또 삼성그룹에서 계열사를 분산하는 것도 언뜻 이해가 안됩니다. 삼성의 국내 최대 경쟁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은 통합 사옥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전력 강남 부지를 10조원을 쏟아 붓고 있는데 말이죠. 삼성의 부동산 매각 행진에는 정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일부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자금을 마련하는 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이죠. 그런데 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됐습니다.

 최근 국회에서는 보험업법을 개정하고 있는데요. 이 법이 적용되면,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삼성생명이 매각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3%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무려 삼성전자 9.5%의 주식 지분을 매각해야 합니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권을 지키려면 삼성생명이 매각한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물산이 매입해야 합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매입비용이 최대 20조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는 겁니다.

또 다른 분석은 삼성이 한국보다 해외로 부동산 투자를 돌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원래 부동산 가격은 경제성장률 상승과 동반상승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은 저성장 기조로 돌아선 지 오래입니다. 역성장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죠.

삼성은 2016년에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 있는 주요 빌딩을 잇따라 인수합니다. 여기에 1조7000억원 정도가 투자됐습니다. 아무튼 삼성의 부동산 변동은 우리 시장에서 여러 해석과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과연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 참 궁금합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