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스킨푸드 법정관리 신청

이런 홍보 문구를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아주 짧은 문장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문구입니다. 바로 화장품 전문브랜드 ‘스킨푸드’가 잘 나가던 시절에 TV, 라디오 등에서 자주 노출됐던 홍보 문구였죠.

스킨푸드는 2004년에 설립돼 2010년에는 화장품 브랜드 숍 가운데 매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을 보이며 돌풍을 일으킨 강소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스킨푸드가 최대 경영위기를 맞았습니다.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습니다. 조만간 법원의 심사 결과가 나오면 14년 동안 운영돼 온 스킨푸드의 생사가 결정됩니다.

기업회생절차는 부채가 과도한 기업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법원이 제공하는 것으로 흔히 ‘법정관리’라고 말합니다. 스킨푸드는 협력업체 납품대금 20억원을 비롯해 현재 29억원 가량의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하는데요.

스킨푸드의 과거 성장 역사를 되짚어보면, 현재의 경영위기가 참 안타깝습니다. 스킨푸드를 창업한 사람은 조윤호 대표입니다. 조 대표의 집안은 대대로 화장품 사업에 매진했습니다. 조 대표의 아버지는 1957년 ‘피어리스’라는 화장품 기업을 창립한 조중민 회장입니다. 여전히 피어리스를 기억하는 독자들도 계실겁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안타깝게 피어리스는 2000년 무렵 최종 부도 처리됩니다.

조윤호 대표는 아버지의 실패를 교훈삼아 4년 뒤 다시 화장품 가업을 이어받게 됩니다. 2004년 스킨푸드가 출범할 때 스킨푸드 CI에는 ‘since 1957년’이라고 써넣습니다. 이것은 아버지가 일군 1957년 설립된 피어리스의 가업을 이어받는다는 자부심입니다. 또 사업 재기에 대한 강한 의지였습니다.

스킨푸드는 2012년 매출이 1850억원까지 불어납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세월이었죠. 그러다가 경영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은 2014년부터입니다. 영업손실이 52억원이나 나면서 곤두박질치더니 지난해까지도 적자늪에 빠졌습니다.

스킨푸드가 최근 4년 동안 경영부침을 겪은 이유가 뭘까요. 2015년 메르스 사태부터 화장품 시장이 경색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로드숍의 특성상 소비자들의 매장 방문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악재가 터지면,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스킨푸드는 주요 관광상권에 점포를 열고 있는데요. 메르스 사태에 이어 2016년 중국과의 사드 배치 갈등이 터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것은 고스란히 스킨푸드의 제품 공급 과잉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다른 화장품 로드숍도 동일한 위기를 겪어야 했는데요. 토니모리, 미샤, 에뛰드하우스 등 경쟁 브랜드가 많습니다. 다만 에뛰드나 이니스프리, 더 페이스샵 같이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로드숍들은 그나마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시장 침체기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스킨푸드는 시장 침체기 속에서도 ‘세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경쟁 브랜드는 시시때때로 할인행사를 벌이는 것과 대조적이었죠. 나름의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려고 했지만 스킨푸드는 로드숍 경쟁에서 점차 밀리게 된 겁니다.

스킨푸드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위기지만, 여전히 400여개의 가맹점포가 로드숍 형태로 전국에 있습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이들 가맹점주들의 피해도 예상됩니다. 가장 큰 피해가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지만, 법정관리에 따라 법원이 지정하는 관리인(CEO)이 제대로 기업회생을 한다면 금방 복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스킨푸드에서 생산한 제품의 재고 처리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이 부분이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954년부터 이어온 조중민-조윤호 부자의 화장품 사업이 어떤 모습으로 이어나갈지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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